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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글

[언다알피/알파인] Nocturne

https://www.youtube.com/watch?v=c9-pHmSR6XA

녹턴(Nocturne): 몽환곡(夢幻曲)ㆍ야상곡(夜想曲). 조용한 밤의 분위기를 나타낸 서정적인 피아노곡.

Nocturne _w. 송강

 

나를 때려도 괜찮아. 숨을 못 쉬게 목을 졸라도, 목에 줄을 묶어 끌고 다녀도 괜찮아. 네가 어떤 말을 해도 받아들일게. 나는, 나는…… .

 이는 그가 특이한 성벽을 가지고 있어서도, 그러한 자극이 있어야만 흥분을 느껴서도 아니다. 그는 제가 상술한 모든 것이 두려웠다. 그의 날카로운 손톱에 할퀴어지면 남을 선홍빛 흔적들은 분명 쓰라릴 것이다. 그의 손아귀가 제 숨통을 조이면 익사하는 듯 한 감각을 넘어, 그 자리에서 목이 부러질지도 모른다. 그의 매도를 들으면, 저는 다음날이 오기 전에 심연으로 몸을 던져버릴 테다. 그럼에도 알피스가 늘상 제 연인에게 위와 같은 부탁을 하는 것은, 여전히 불안했기 때문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도가 없었다. 보통의 연인들처럼 서로를 어루만지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진행되는 잠자리를 가진다면 좋으련만, 알피스는 자신이 그런 행위를 받는 것 자체에서 일종의 이물감을 느꼈다. 아무런 대가도 고통도 없이 그저 사랑만을 받기에는, 자신은 무척이나 초라한 존재다. 그렇기에, 이는 일종의 조율과도 같았다. 자신은 그런 일을 당해도 될 괴물이기에. 언다인은 늘상 대가 없이 그에게 사랑을 베풀었다. 이는 언다인의 천성과도 같은 것이라 통제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피스는 선명히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제게 쏟아지는 무거운 애정을 버티기 위해서는 스스로 값을 치르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 말을 처음 하는 것이 아니다. 언다인은, 무척이나 신실하고 상냥한 제 연인은, 그의 자학을 몇 번은 들었음에도 곁에 남아 있었다. 그러니, 이게 마지막이다. 정말로 마지막이 되는 것이다. 난 그대의 사랑을 버틸 만큼 강한 존재가 아니니, 마지막까지 나를 탓해도 좋다는 일종의 선고에 가까운 말들이었다.

 제 안의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또 다시 자신을 함부로 대해 달라는 말을 꺼낸 알피스를 보며, 언다인은 늘상 그런 소리 말라며 그를 만류했다. 고개를 젓고, 한껏 움추러든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 다독이고, 조심히 그의 턱을 잡고 들어올려 눈을 마주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연인의 안경 속에 비친 자신을 본 뒤에야, 언다인은 자신이 울고 있음을 자각했다. 알피스의 얼굴을 감싸쥔 손끝이 하염없이 떨린다. 제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방 안의 공기와 만나 서늘하게 식는 과정이 제 눈가에서부터 번진 열로 인해 선명히 느껴졌다. 흐릿한 시야 앞의 알피스는 어쩐지 겁먹은 것만 같아, 언다인은 조용히 그의 어깨에 제 고개를 파묻었다. 그런 말을 하지 말아 달라는 마음마저도 그저 때때로 배어나오는 흐느낌이 가려버리는, 스스로의 무력함을 자각하는 순간을 결코 참아낼 수 없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설움에 서서히 빠져드는 중이었으나, 그의 연인은 무척이나 따스했다. 꼭 하나의 등불을 껴안는 것만 같다. 당신이 죄다 불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제 다리 위에 올라앉은 그의 온기, 때때로 이불 아래서 움직이는 꼬리, 멈추지 않는 흐느낌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공을 더듬다, 이내 흉터투성이의 등에 손을 뻗어 저를 감싸 주는 일종의 광명.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로 인해 알피스를 그러안는 손길에 힘이 들어가자, 그는 약간의 목울음을 내었다. 제 손이 언다인의 등에 닿을 때마다, 언다인은 무엇이 그리 괴로운지 -이는 제 탓이다. 분명히, 분명히...... . -, 잦아든 눈물이 제 숨통을 조이기라도 하는 양 허덕이곤 했다. 그런 우발적인 경련마다 제각각 굴곡을 이루는 그의 등 근육의 감촉은 어쩐지 수십의 흉처럼 느껴진다. 알피스는 이런 그에게 안겨서, 또는 그를 안고 한잠 동안 허공을 바라보는 일 또한 익숙했다. 그는 제 요구를 그만둘 수 없었고, 언다인은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무척이나 괴로워했다. 허나, 둘에게는 이 관계를 멈출 힘이 없다. 그는 여전히 불안했고, 그는 여전히 상냥했으므로.

 숨소리마저 모두 지워진 듯 한 정적이 만연하기 시작할 무렵, 언다인은 고개를 들었다. 많이 피곤하지, 미안해. 그는 여전히 의기소침해 보이는 알피스를 조용히 내려다본다. 푸른 살결 위에 약간의 흔적이 남은 제 눈가를 몇 번 훔치자, 채 말라붙지 않은 염분이 묻어났다. 눈물 흘리기를 멈춘 그는 이윽고 제 연인에게 입을 맞춘다. 이는 욕정도, 소유의 의미도 아니다. 밤이 늦었으니 이제 자자는, 조용한 회유에 가까웠다. 언어가 형성되기에는 아직 이른 태곳적의 세계에서, 우울감에 빠진 연인을 달래 주기 위해 이런 방법을 썼을까? 그의 얼굴을 감싸쥔 손도, 때때로 내쉬는 느른한 호흡마저도 이제는 온화하기 그지없다. 언다인의 치열은 하나같이 날카로웠으나, 그것은 알피스의 무엇에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 때때로 동일한 행위를 하게 되었을 때, 내내 자신 또는 그의 혀에 실수로라도 상처를 내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일종의 나긋한 여유마저 느껴지는 일련의 키스. 잠시 호흡을 고르기 위해 입을 떼는 일이 없었다면, 알피스는 이미 질식했을 테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인들이 뒷받침되어야만 했다. 찬란한 납덩이 같은 황홀과 설렘을 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으로 걸어들어가는 기분. 언다인은 제 호흡을 철저히 알고 있다.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 알피스는 스스로가 간파당했다는 기분을 느낀다. 어떠한 고통도 없지만, 꿰뚫렸다는 감각만은 선명하게 그의 혼에 새겨진 듯 싶었다.

 이윽고 언다인은 그를 끌어안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저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낄, 무척이나 나른한 밤. 둘은 서로의 나신을 퍽이나 사랑했다. 가장 먼저 전해져오는 온기나 피부의 감촉, 그 모든 근육과 비늘과 흉터와 살집들, 공기 또는 서로의 살결에 맞닿는 곡선과 직선들, 때때로 몸을 뒤척일 때마다 다시금 서로를 그러안는 그 동세마저도. 때때로 이불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이어지다 이내 끊어진다. 필히 둘 중 한 명이 상대의 체온과 이불의 감촉과 그의 목소리와 손길 같은 것들에 안겨 잠들었기 때문이리라. 언다인은 다시금 알피스의 양 볼을 어루만졌다. 제가 그의 여느 것에도 상처를 내지 않도록, 말없이 손끝으로만 그려낸 호는 안도감을 품고 내리감은 그의 눈꺼풀과 닮았다. 이불 밖으로 잠시 끌어낸 몸을 다시금 낮추고, 언다인은 알피스의 고개를 제 가슴팍에 조심스레 묻었다. 사랑해, 정말로 사랑해. 고백은 늘 연인이 잠든 밤이 되어서야 이루어진다. 그는, 또 다시 사랑한다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할 테다. 언다인은 제 조급함이 알피스를 다시 불안으로 몰아넣기를 원하지 않았다. 다시 밤을 보내게 된다면, 알피스는 제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또 다시 제 연인이 결코 행하지 못할 요구를 입밖으로 내밀 것이다. 언다인은 늘상 고개를 숙인 제 연인과 시선을 마주치는 순간 눈물이 배어나올 테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는 관계의 천칭에서 불안이라는 추를 하나씩 내려놓는 일에 가깝다. 최후에는, 오직 둘만이 그곳에 남아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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